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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정원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즐거운 여행이 늘 그렇듯 너무나 빨리 찾아온 마지막 날에 시무룩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지만, 맑은 하늘 아래에서 여정의 마무리를 잘 마치고 가기로 했다. 숙소에서 조식을 먹은 뒤 체크아웃을 했고, 캐리어는 잠시 호텔에 맡겨둔 상태로 아키하바라를 좀 더 여러모로 구경하러 출발했다.여행 다니면서 잠시 비가 내린 적은 있어도 대체로 맑고 쾌청한 날씨였던 것이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푸른 가을 하늘 아래의 긴시초역을 사진으로 담았는데, 지금도 그리운 기분이 물씬 든다.오락실에서 온게키와 츄니즘을 처음으로 해봤다!온게키야 국내 정발이 안되어 있으니 일본에서 할 수 밖에 없긴 했지만, 츄니즘은 정발된지 꽤 되었는데도 이때에서야 손대보게 되었다는게 조금은 머쓱하기도 하다. (그때는 세..
M3 이벤트장에서 나도 애인님도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진해 버렸기 때문에 일단 숙소로 복귀하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에 빌딩 사이로 비치는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유독 아름다워 보였던건, 몸은 힘들었을지언정 마음을 즐겁고 뿌듯한 기억으로 가득 채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숙소에 돌아가자마자 몰려오는 피로를 달래기 위해 일단 잠부터 청했고 둘다 제대로 골아떨어졌다. 몇시간을 그렇게 자고 나서야 어느정도의 기운은 되찾았지만 늦은 오후까지 점심을 먹지 못했기 때문에 활력이 떨어진 상태였다. 전날 애인님이 DDR 단위인정 더블 10단을 취득하고 돌아오는 길에 근처 히다카야에서 가라아게를 포장해왔는데, 그곳에 들러 점심을 먹고 기운을 내기로 했다.히다카야는 일본식 중화요리를 파는 가게이다 보니 음식도 일식과 중식..
사실 이 글을 시작하는데 정말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고작해야 여행기일 뿐인데, 그 중 하루의 반나절에 대한 이야기일 뿐인데. 그런데도 써야지 써야지 생각만 하다가 2일차 여행기를 쓴지 무려 반년 가까이 지나버린건, 단순히 게을렀다고 자책만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좋았던 경험은 감히 글로 담아내는 데도 이토록 큰 결심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자칫 그 좋음을 내 손으로 망칠 것 같은 두려움. 그럼에도 반드시 기록해두고 싶었던 경험이기에 지금이라도 적어본다. 나에게 있어서도, 동행한 애인님에게 있어서도 M3 이벤트 현장에 직접 방문한다는 건 엄청나게 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 둘 다 적지 않은 시간동안 동인음악을 들어왔고, 많이 듣는걸 넘어 그 안에서 가장 취향인 음악, 앨범, 아티..
여행 2일차 아침이 밝았다. 호텔을 예약할 때 조식 포함으로 예약했기 때문에 호텔 내 식당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처음 체크인 할때 조식 쿠폰을 숙박일정과 인원수에 맞춰서 총 6장 받았는데, 설마 이 쿠폰을 다 사용하게 될줄은 몰랐다. 이른 시간부터 식사하러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음식 퀄리티가 정말 만족스러웠다. 뷔페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이런저런 반찬을 가져다가 먹을 수 있는 방식이었는데, 화려하진 않아도 음식 하나하나가 담백하면서도 부드럽고 맛있어서 기분 좋은 아침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당에 들어가면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안내표를 주는데, 식사하는 도중에는 "식사 중"으로 테이블위에 두고, 다 먹고 난 뒤에 반대편인 "식사 끝" 으로 뒤집어서 올려두면 된다. 뷔페식이다..
출국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도 약 5년만에 다시 일본에 간다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직장에 취직한지 1년 조금 넘은 시점에서 현생에 허덕이고 있었던 나는, 사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해외여행이라는 돈도 시간도 많이 드는 일을 벌이는게 과연 괜찮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아마 나 혼자였으면 무산되었을지도 모르는 이 여행은 동행한 애인님 덕분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용기를 주신 애인님,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출국 비행기가 오전 7시 쯤이었기 때문에 공항 근처 숙소에서 잠시 쪽잠을 자고 오전 3시 반쯤에 기상해, 타고온 애인님의 승용차는 장기주차장에 주차해 두고 인천공항 실내로 들어왔다. 이때서야 겨우 정말 도쿄에 가는구나, 싶은 실감이 몸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출국 시간 전에 라운지에서 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