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정원

2023.10.30 도쿄여행 4일차 - 여행의 마무리 본문

여행/2023.10 도쿄여행

2023.10.30 도쿄여행 4일차 - 여행의 마무리

inkypen 2024. 10. 20. 16:03
호텔 옆에 있었던 작은 사당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즐거운 여행이 늘 그렇듯 너무나 빨리 찾아온 마지막 날에 시무룩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지만, 맑은 하늘 아래에서 여정의 마무리를 잘 마치고 가기로 했다.
숙소에서 조식을 먹은 뒤 체크아웃을 했고, 캐리어는 잠시 호텔에 맡겨둔 상태로 아키하바라를 좀 더 여러모로 구경하러 출발했다.

긴시초 역사가 그립다.

여행 다니면서 잠시 비가 내린 적은 있어도 대체로 맑고 쾌청한 날씨였던 것이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푸른 가을 하늘 아래의 긴시초역을 사진으로 담았는데, 지금도 그리운 기분이 물씬 든다.

선곡 취향이 참 한결같은 나…

오락실에서 온게키와 츄니즘을 처음으로 해봤다!
온게키야 국내 정발이 안되어 있으니 일본에서 할 수 밖에 없긴 했지만, 츄니즘은 정발된지 꽤 되었는데도 이때에서야 손대보게 되었다는게 조금은 머쓱하기도 하다. (그때는 세가 아케이드 음악게임은 마이마이만 조금 해본 정도였다.)
온게키는 생각보다 조작이 어렵긴 했지만 개성있는 플레이 방식이 꽤 인상 깊었고, 츄니즘은 모바일 음악게임을 자주 즐겼던 입장에서 보기보다 친숙한 느낌으로 플레이할 수 있었다.

마음에 드는 풍경이었다. 구도도 색감도.

아키하바라 빅 카메라 매장 근처 거리에서 찰칵.
간판과 하늘 사이의 또렷한 색대비가 마음에 드는 풍경이었다.

스루가야, 비프(BEEP), 슈퍼포테이토, 라신반 등등

아키하바라의 오타쿠샵을 제법 여러군데 돌아다녔다. 온라인으로 중고 음반이나 굿즈를 구매했던 스루가야의 오프라인 매장도 둘러보고, 고전게임 매니아인 애인님의 소개를 받아 레트로게임 매장 비프와 슈퍼포테이토도 구경했다. 지금은 홍대에도 국내 1호점이 들어온 라신반도 처음으로 방문해 보았다.
게임을 정말 좋아지만 고전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지식은 많이 부족한 편인데 (오락실은 2016~2017년 무렵에 BEMANI 게임을 시작하면서 다니기 시작했다), 애인님의 설명 덕분에 이것저것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면서 돌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텐동과 소바를 둔둔하게 잘 먹었다.

점심 식사는 프랜차이즈 매장 ‘텐동 텐야’에서 텐동과 소바로 무난하게 잘 먹었다.

이제는 정말 돌아가야 할 시간…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나리타 공항으로 향했다.
여행 내내 각종 숙소 및 교통편은 애인님이 거의 다 알아봐주고 예약해줬고, 나는 숟가락만 얹은 느낌으로 졸졸 따라다니기 바빴던 것 같다. 당시 워낙 마음에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이후로 부산이나 강릉 여행을 갈 때는 나도 이것저것 돌아볼 장소나 예약에 신경쓰게 되었다. 체력이 부족해서 힘에 부칠 때마다 투정을 많이 부렸던 것도 미안하다.

그래도 둘이서 도쿄 여행을 되돌아볼 때 기쁨과 행복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참 다행이다.
앞으로 더 튼튼한 체력과 여유로운 마음을 갖추고, 서로 배려하면서 함께하고 싶다.

스카이라이너 좌석에 앉아 몸을 기대어 바라본 창 밖 풍경

기차 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에서는 어떤 노스텔지어가 느껴졌다.
여행을 마치고 다시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갈 때 느끼는 그런 종류의 아련함이 있다.

안녕 도쿄, 다음에 또 만나길 바라며.

이런저런 벅찬 현실을 감당하던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방문한 도쿄에서의 여행은 메말라가던 나의 땅에 가을비를 촉촉히 적셔주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음악과 게임을 진심으로 좋아했는지, 또 어떤 풍경과 순간들을 소중하게 여겨왔는지 다시금 마음에 자분자분 새길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언젠가 또 방문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 2023년 10월 도쿄 여행기 완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