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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정원
첫눈이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눈은 차갑지만 동시에 세상을 끌어안듯 덮어주는 것 같은 상반된 이미지가 늘 신기했다.아직은 조금 더 눈에 설렐 수 있는 마음을 간직하고 싶다.
「장송의 프리렌」과 「던전밥」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판타지 만화입니다. 두 작품 모두 마법과 던전, 엘프와 드워프, 검과 지팡이 등 정통 판타지 설정을 차용해 이야기를 구성해 나가는 작품인데, 모티프의 차용은 비슷할지 몰라도 두 작품에서 그 설정을 다루는 양상은 상당히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가장 큰 차이점을 느꼈던 점이 '마물' 이라는 악의 대상을 어떻게 묘사하는 지에 대한 방식이였습니다.「장송의 프리렌」의 경우, 마물은 죽으면 마력의 입자가 되어 흩어지며 그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 아무리 마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말하고 싸운다 해도 그들은 악일 뿐,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서는 반드시 냉정하게 처단해야 하며, 죽은 그들에게는 이유나 의미가 남지 않습니다. 마물에게는 영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후에..
소소하게 즐기고 있는 모바일 게임 피크민 블룸입니다. 직장 과장님의(?!) 권유를 받아서 시작했는데, 금방 그만둘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꾸준히 하고 있어요. 모바일 게임을 선호하지 않게 된 이유가 일일접속과 유료가챠를 강제하는 시스템이 너무 피로해서였는데요, 피크민 블룸은 그런 ‘무언가 행동을 강제하는’ 피로감이 없어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것 같습니다. 피크민들과 일상의 풍경 속에서 함께 꽃을 심고 피운다던가, 돌아다녔던 장소에서 보물같은 열매를 발견하는 즐거움, 엽서를 모아 친구들에게 전해 보낼 수 있는 요소들이 소박하지만 따뜻합니다.애정도를 쌓은 피크민들이 살던 곳을 찾아가 개성있는 데코를 착용하는 모습도 아기자기 귀여워요. 라이프 로그를 통해 오늘 내가 어떤 풍경을 눈에 담았고 어떤 감정을 느꼈..
애인님으로부터 ”필사를 해보는건 어때요?“ 라는 권유를 받았다. 잉크와 만년필을 비롯한 문구를 좋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장 필사에도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들의 아름다운 필사 작품들을 구경하는 걸 좋아했지만, 역시나 그동안은 직접 도전할 용기를 쉽사리 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편지에 문장을 쓸 때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사람이고, 그렇다면 책 속의 문장을 옮겨 쓸 때도 나의 마음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이 붙었다.한강 작가님의 「작별하지 않는다」 는 책을 구매한 지는 어느 정도 되었지만, 바쁘고 힘든 일상에 지쳐 독서 의욕이 잘 나지 않아 읽는 진도가 느리게 나가고 있었다. 다행히 오늘은 비교적 좋은 집중력으로 읽어나갈 수 있었고, 완독은 미처 다 하지 못했지만 충분히 완독할..
이번 주중은 내내 어둡고 축축한 안개속을 헤메는 것처럼 고되고 지치는 일상을 보냈다. 그럼에도 기운을 다시 차릴수 있었던 것은 소중한 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했고,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그리고 이만큼이나 정성어린 물건을 많이 받았다. 서로를 떠올리며 마음을 담은 선물을 건넬 수 있는 한, 우리는 매서운 추위에 얼어붙을 지언정 다시금 모닥불을 피워 따뜻하게 녹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년필과 잉크를 좋아한다. 하지만 음반 수집이나 도서 구입 등 다른 취미에도 지출이 많아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것은 일부러 자제하곤 했다. 그렇지만 역시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관심을 완전히 억누를 수는 없어서 트위스비 에코 만년필과 함께 파이롯트 이로시주쿠 깊은바다(深海・신카이) 색상 50ml 본병을 같이 구매했다. 이전에도 라미 사파리나 파이롯트 카쿠노 만년필을 사서 쓴 적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잉크를 일일히 넣어야 한다는 것이 귀찮게 느껴져 모두 카트리지 교체식으로 사용했다. 그래서 트위스비 에코를 쓰면서 처음으로 잉크를 주입하는 컨버터 방식을 사용해 보았는데, 물론 손이 가는 작업이긴 했지만 펜을 찰랑거리는 잉크로 가득 채워 쓰는 손글씨는 무척 부드럽고 술술 써졌기에, 정말 흐름이 유려하고 색채가 아름다..
게임 「Coffee Talk」 의 수록곡.보슬비가 내리며 톡톡 땅을 두들기는 것처럼, 드리퍼에서 커피 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것처럼, 마음을 살며시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는 로우파이 악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