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만화 (5)
마지막 정원
「장송의 프리렌」과 「던전밥」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판타지 만화입니다. 두 작품 모두 마법과 던전, 엘프와 드워프, 검과 지팡이 등 정통 판타지 설정을 차용해 이야기를 구성해 나가는 작품인데, 모티프의 차용은 비슷할지 몰라도 두 작품에서 그 설정을 다루는 양상은 상당히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가장 큰 차이점을 느꼈던 점이 '마물' 이라는 악의 대상을 어떻게 묘사하는 지에 대한 방식이였습니다.「장송의 프리렌」의 경우, 마물은 죽으면 마력의 입자가 되어 흩어지며 그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 아무리 마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말하고 싸운다 해도 그들은 악일 뿐,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서는 반드시 냉정하게 처단해야 하며, 죽은 그들에게는 이유나 의미가 남지 않습니다. 마물에게는 영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후에..
「프라우 파우스트」의 요한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통해 세상의 모든 지식을 손쉽게 손에 넣는 것이 가능했지만, 그것을 거부하고 자신의 열성을 다해 지식을 얻기를 택했다.「장송의 프리렌」의 프리렌은 대마법사 제리에로부터 어떤 마법이든 전수받을 수 있었지만, 그것을 거절하고 직접 생각하고 탐구하는 마법의 가치를 믿었다.무언가를 추구할 때 지향점을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것을 깊이 생각하고 느끼는 지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이들의 태도를 통해 다시금 상기한다.
동글동글한 인물 그림체와 대비되는 건조하고 서늘한 배경 묘사가 두드러졌고, 멸망이라는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과장없는 간결함으로 묵직한 주제의식을 녹여냈다.작가가 세상과 인간 그리고 생명과 삶에 대해 깊은 생각을 많이 해왔다는 것을 느꼈고, 그걸 어떻게든 만화라는 형태로 방출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사무치는 감정이 이야기 곳곳에 배어나와 마음이 아렸다.주인공인 치토와 유리가 절망 속에서도 시덥잖은 이야기를 나누고 눈싸움을 했던 건 서로에게 세상이 되어주는 것이 살아가는 것 그 자체였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