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정원
2023.10.28 도쿄여행 2일차 - 드디어 조우한 크로스비츠와 팝픈파티, 시부야와 오모카게바시의 풍경 본문
2023.10.28 도쿄여행 2일차 - 드디어 조우한 크로스비츠와 팝픈파티, 시부야와 오모카게바시의 풍경
inkypen 2023. 12. 10. 16:28여행 2일차 아침이 밝았다. 호텔을 예약할 때 조식 포함으로 예약했기 때문에 호텔 내 식당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처음 체크인 할때 조식 쿠폰을 숙박일정과 인원수에 맞춰서 총 6장 받았는데, 설마 이 쿠폰을 다 사용하게 될줄은 몰랐다. 이른 시간부터 식사하러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음식 퀄리티가 정말 만족스러웠다. 뷔페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이런저런 반찬을 가져다가 먹을 수 있는 방식이었는데, 화려하진 않아도 음식 하나하나가 담백하면서도 부드럽고 맛있어서 기분 좋은 아침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당에 들어가면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안내표를 주는데, 식사하는 도중에는 "식사 중"으로 테이블위에 두고, 다 먹고 난 뒤에 반대편인 "식사 끝" 으로 뒤집어서 올려두면 된다. 뷔페식이다 보니 손님이 자리를 비우는 도중에 치워버리는 착오가 없도록 신경을 쓴 부분이 엿보였고, 방식은 간단하지만 손님에게 불편이 없도록 배려하는 세심함이 느껴졌다.
오전에는 이케부쿠로에 가보기로 했기에 지하철 역으로 이동했다. 긴시초 역은 숙소와 아주 가까워서 걸어서 10분 정도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는데, 크게 특별할 것 없는 이 풍경이 신기할 정도로 마음에 남아있다.
이름만 들어본 미카도 게임센터에 도착했다. 근데 여기는 평소 애인님이 "미카도 가고싶다~ 가고싶다~" 노래를 부르는 그 미카도는 아니었고... 여기는 분점 격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후에 기술하겠지만 저녁에는 신주쿠 타카다노바바에 있는 본점도 갔다...)
큰 기대는 안하고 '음악게임 뭐뭐 있지...' 하고 들어갔는데... 눈앞에 빛을 뿜어내며 돌아가는 크로스비츠 기체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국에 들어왔을 당시에는 애석하게도 관심이 없었어서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게임이었다.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아티스트 라인업에 한번쯤은 꼭 해보고 싶었지만, 서비스 종료한지 오래였기에 직접 해볼 기회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눈앞에서 마치 거짓말같이 돌아가고 있어서... 무언가에 홀린 것마냥 바로 코인을 넣었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아티스트 폴더에서 최애 작곡가 effe님의 곡 ' θ (theta)' 와 'MoonLightKiss' 부터 허겁지겁 플레이하고, 그 뒤로 MAYA AKAI님의 'Aqualight', Nyolfen님의 'Planet Calling', Ryunosuke Kudo님의 'Iroha'를 차례로 플레이하며 마음속에 감동이 마구 휘몰아치는 것을 느꼈다. 원래부터 정말 좋아하는 곡들이지만 원래 수록되어 있던 게임으로 직접 플레이 해볼 수 있을것이라는 기대를 아예 안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감동이 컸던것 같다. 마음같아서는 하루종일 붙잡고 하고 싶었지만 오후에 시부야 스카이 전망대 입장을 예약해뒀기 때문에 다음을 기약하고 게임센터를 나왔다.
전망대 입장시간까지는 조금 시간이 남아 있어서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 내 매장도 두루두루 구경 하고 창밖 풍경도 바라봤는데, 어지럽게 마구 얽히듯 뻗어있는 횡단보도를 보니 여기 진짜 시부야구나... 싶어졌다. 사실 나는 이런 광경을 게임 '페르소나5' 때문에 알게 되었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시부야 스카이 전망대에서 도쿄 전경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풍경을 조망하면서 탁 트인 해방감을 느끼는 동시에, 저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서 살아가고 있다는게 이상할 정도로 믿어지지 않았다. 현실이지만 현실같지 않은 기묘한 부양감을 느끼며 한참을 바라보았다. 이 전망대는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당일 입장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에이 설마...' 했는데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기 위해 계속해서 북적이는 모습을 보니 예약하고 오길 잘했다며 안심했다. (이번 여행에서 각종 예약과정을 거의다 도맡아서 해준 애인님 감사합니다.)
전망대 구경을 하느라 점심식사를 조금 늦게 하게 되었는데, 그 때문에 원래 가려고 했던 식당이 브레이크 타임이 되어버린걸 알고 난처해하던 와중에 거리에서 멋진 가게를 발견했다. 입간판에 햄버그 스테이크를 판다고 되어 있었는데, 느낌이 괜찮아 보였고 무엇보다 빨리 식사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바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치즈가 녹진하게 얹어진 햄버그는 진하면서도 부드러웠고, 소스도 부담스럽지 않아 싹싹비웠다. 메론소다는 개성이 느껴지기 어려운 음료일수도 있는데도 위에 얹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아주 맛있는 포인트가 되어주었다. 매장내 직원분도 나와 애인님이 한국어로 이야기 하는걸 금방 알아차리고는 한국어로 표기된 메뉴판을 가져다 주시는등, 가게의 친절한 분위기에 더 편안한 식사가 가능했다.
기왕 시부야에 왔으니 타워레코드 본점에 가보기로 했다. 시부야의 북적이는 거리 한복판에 있는 본점은 1층부터 7층까지가 전부 타워레코드인데, 각 층별로 나뉜 여러 장르의 음반이 한가득 줄지어 있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이미 대세인 시대에, 이렇게 큰 음반매장이 건재하고 손님이 들락날락한다는 사실이 무척 감격이었다. 전 층을 모두 돌아보며 전부터 사고싶었던 음반들을 열심히 물색했다. 물론 타워레코드에서 취급하는 음반 정도면 아마존재팬 같은 온라인샵에서도 구매할 수 있지만, 배송비를 아끼면서 더 저렴하게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다음날 M3에서 돈을 거하게 쓸 예정이었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지르는 것 까지는 간신히 면할 수 있었지만, 택스프리를 받을 정도의 금액을 써버렸다. 게임 '페르소나3'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애니 '봇치더락' 싱글 앨범 2종, 그리고 가수 토키 아사코님의 개인 음반을 구매했다. 후회는 없었다!
타워레코드에서 막 나왔을때 시부야의 인파가 엄청났기 때문에, 사람이 붐비는 장소에 약한 나와 애인님은 서둘러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다음 목적지가 와세다 근처였는데, 가는 도중에 모노레일이 길을 가로질러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지금도 모노레일이 교통수단으로 사용되는게 다소 신기했지만, 묵묵히 주민들의 이동을 책임지며 움직이고 있었다.
일부러 와세다까지 온 이유는 순전히 내가 wac님의 곡 '面影橋(오모카게바시)'의 배경이 된 장소 오모카게바시에 와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정말 아담한 규모의 다리여서 소박할 정도였지만 스미다강 때처럼 음악을 재생하며 온갖 호들갑을 떨며 기뻐했다. (오타쿠란 이런 존재입니다, 여러분.)
이때 계절은 봄이 아니었지만, 곡에서 'さよならばかりの春は また巡る(작별뿐인 봄은 다시 돌아오네)' 라는 애잔한 가사처럼 이 공간에도 다시 봄이 돌아올 것이란걸 믿었다. 설령 도쿄와 작별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봄은 돌아올테니. 그때가 오면 화사한 벚꽃이 이곳을 가득 수놓아주기를 바랐다.
여기서 정말 예기치 못한 행운이 있었는데, 애인님이 오모카게바시 바로 근처에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타코야끼를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그때까지 저녁을 따로 먹지 않았던 지라 바로 갓구운 타꼬야끼 한 접시를 둘이서 후후 불어가며 나눠먹었다. 그렇게 뜨거운 타코야끼는 정말 처음이었는데 (입에 넣어서도 열기를 입밖으로 뱉어내며 먹어야 했다.) 또 그렇게 맛있는 타코야끼는 정말 처음이었다. 좋아하는 노래의 배경에서 소중한 애인님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건 풍류가 아닐 수 없었다.
신주쿠로 이동해 도착한 곳은 대망의 타카다노바바 미카도 게임센터. 주변의 고전게임 매니아들 (a.k.a.아조씨들, 애인님 당연 포함) 이 파라다이스로 추앙하는 곳으로 명명이 자자한 게임센터였다. 나는 고전게임에 대해 아는게 거의 없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꼭 와보고 싶은 이유가 있었다.
그건 바로 구작 버전인 '팝픈뮤직 파티' 가 아직도 돌아가고 있는 게임센터이기 때문이었다. 평소 '森の鼓動' 'blue moon sea' 'GOODBYE CHOCOLATE KISS' '등 정말 좋아하지만 현행버전에는 삭제된 곡들을 들으며 마음을 달래던 나로서는 곡 삭제 이전의 구버전 팝픈을 꼭! 꼭! 플레이 해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그 꿈을 이루게 된 순간이었다.
현행버전에서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곡들 위주로 열심히 골라서 즐겼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 이 게임을 많이 아끼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 정말 꿈같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마지막 스테이지에 파티 엔딩곡인 'Have a good dream. (アフターパーティー)' 를 고를까 고민했지만 그러면 너무 슬퍼질 것 같아서 관두었다.
마지막에 THANK YOU FOR PLAYING!! 이라고 뜨는 화면에서는 오히려 내쪽이 "정말고마 워요 (바들바들 동물콘의 그 꾸벅이는 햄스터 친구)" 가 되어서 연거푸 고개를 끄덕이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그리고 파티는 끝나기 전에 팝픈에 대한 각종 역사적 지식들 (위의 사진에서는 아니멜로 2호)에 대해 한컷씩 보여주는데, 이게 또 상당히 정성이 들어가 있어서 감격적이었다.
그러고 난 뒤 나는 다시 숙소로 먼저 돌아가고, 애인님은 (미카도에서 슈팅게임을 비롯한 온갖 고전게임을 한 직후에) 이제 DDR 더블 단위인정을 따야한다고 또 아키하바라 게임센터로 갔다. 그렇게 정말로 싱글/더블 동시 10단을 따온 애인님, 장하지만 가끔은 좀 무서워요... 그래도 행복하니 그걸로 된거겠지?
다음날은 이번 도쿄여행의 화룡정점인 M3 이벤트 당일.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티스트 분들께 드릴 편지를 머리를 맞대가며 썼다. (바로 이때 전날 키노쿠니야에서 구매한 편지지를 요긴하게 잘 사용했다.) 편지를 소중하게 잘 갈무리 해두고, 그러고 난 뒤 잠에 들었다.
- 3일차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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