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정원

2023.10.29 도쿄여행 3일차 2부 - 힘나는 히다카야의 음식, 오리나스 쇼핑몰에서 밤산책 본문

여행/2023.10 도쿄여행

2023.10.29 도쿄여행 3일차 2부 - 힘나는 히다카야의 음식, 오리나스 쇼핑몰에서 밤산책

inkypen 2024. 8. 16. 23:34
거사(?)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의 풍경

M3 이벤트장에서 나도 애인님도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진해 버렸기 때문에 일단 숙소로 복귀하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에 빌딩 사이로 비치는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유독 아름다워 보였던건, 몸은 힘들었을지언정 마음을 즐겁고 뿌듯한 기억으로 가득 채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히다카야(日高屋) 간판의 日라는 글자의 모양새가 유독 귀여운 것 같다.

숙소에 돌아가자마자 몰려오는 피로를 달래기 위해 일단 잠부터 청했고 둘다 제대로 골아떨어졌다. 몇시간을 그렇게 자고 나서야 어느정도의 기운은 되찾았지만 늦은 오후까지 점심을 먹지 못했기 때문에 활력이 떨어진 상태였다. 전날 애인님이 DDR 단위인정 더블 10단을 취득하고 돌아오는 길에 근처 히다카야에서 가라아게를 포장해왔는데, 그곳에 들러 점심을 먹고 기운을 내기로 했다.

부드럽고 단짠한 요리를 좋아하는 내 입맛에 딱 맞았다.

히다카야는 일본식 중화요리를 파는 가게이다 보니 음식도 일식과 중식 그 어딘가의 스타일을 맛볼 수 있었다. 내가 주문한 요리는 天津飯(텐신한)이라는 요리였는데, 중국식 볶음밥 위에 포실한 오믈렛을 얹고 달콤짭짤한 소스를 부어 만든 덮밥이었다. 전체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식감과 풍미의 음식이어서 맛있게 먹었다. 가격도 저렴해서 한국에서 이런 음식을 다루는 프랜차이즈 체인점이 생기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만 봐서는 실감이 잘 안나지만 규모가 꽤 컸던 오리나스

느지막한 저녁에는 긴시초 역 주변의 건물을 걸어다니며 구경해 보기로 했다. 마침 주변에 오리나스 쇼핑몰이라는 큰 규모의 쇼핑센터가 있어 밤산책을 겸해 발걸음을 옮겼다. 보기보다 규모가 꽤 크다보니 각종 푸드코드나 영화관은 물론 게임센터와 리빙몰 같은 시설들도 잘 갖춰져 있었다. 점심을 늦게 먹었기 때문에 저녁은 쇼핑몰 내 푸드코트에서 크레페와 아이스크림 디저트를 먹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달콤한 디저트를 정말 좋아하는 두 사람인데도 카페나 킷사텐을 제대로 가보지 못한건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하얗고 동그랗고 귀여운 것들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

이곳에 있던 가챠샵은 규모도 크고 갖춘 기기의 종류도 다양했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캐릭터는 물론이고 최애 후광 파츠나 토용같이 유머가 넘치는 물건들도 많았다. 나는 간단하게 치이카와 그리고 고양이 가샤폰을 뽑았고 둘다 매우 귀여운 결과물이 나와서 만족했다. 애인님은 주변 친구분들에게 선물로 줄 가샤폰을 여럿 뽑아서 챙겼는데 격투게임, 공포게임, 철도 등 그 종류만 봐도 받을 사람의 취향이 환히 보여서 재밌었다.

한국에서는 올해 5월에 개봉한 ‘결속밴드 라이브 -항성-‘

쇼핑몰 내 영화관 앞에는 곧 개봉할 영화 포스터들도 붙어있었다. 애니 <봇치더록!>에 등장하는 밴드이자 참여한 성우들이 직접 활약하는 밴드명이기도 한 결속밴드의 공연 녹화본을 상영한다는 포스터도 붙어있어 반가운 마음에 사진으로 담아왔다. 쇼핑몰을 얼추 다 둘러보고 난 뒤에는 근처 돈키호테에 들러서 선물로 들고 갈 과자와 사탕같은 간식거리를 저렴한 가격에 많이 샀다. 아무래도 그쯤에는 돌아다니는 것이 피로했던 탓인지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했다.

입수한 앨범을 전부 늘어두고 보니 장관이었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여행 동안 입수한 앨범을 전부 한곳에 모아두고 사진 촬영을 해보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M3와 타워레코드를 포함해 음반 구매에만 거의 3만엔 어치를 썼던 것 같다. 취미에 들인 액수로는 꽤 클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한 점의 후회도 없었고 정말 알차고 즐거웠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지금도 책장에 꽂아둔 실물 음반들을 꺼내면 그 당시에 느꼈던 행복과 즐거움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추억의 증표라고 해야 할까.

즐거웠던 여정도 다음 날이면 마무리 되는 아쉬움을 품에 안을 수 밖에 없던 밤이었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무탈하게 마무리하고 귀국하기 위해 잠을 청했다.

- 4일차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