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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정원
땡스북스에서 열린 이소영 작가님의 북토크에 참여했습니다. 식물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이 식물을 더 함부로 해한다는 이야기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오해라는 것은 무관심이 아니라 그 대상을 향한 존중이 결여된 잘못된 관심에서 비롯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님이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꾸준히 식물세밀화를 그려왔다는 말씀도 와닿았습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인간중심적 사고(=오해)를 완전히 탈피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주변에 자라나는 식물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가만히 들여다보는 태도만큼은 잃지 말아야겠지요.
읽는 내내 고요한 활자들 속에서도 위태롭고 긴장되는 분위기가 느껴졌는데, 작가가 의도적으로 치밀하게 문장을 벼리고 깎은 결과물이었다.안온한 삶을 위해 부당한 일로부터 눈돌리고 싶어하는 자세는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는 본성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다른 누군가를 돕겠다고 나서는 마음이 앞설 수 있는 것은, 그들 역시 누군가의 선의에 힘입어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서로 돕고 의지하는 행위가 사소할 만큼 개인적인 영역이더라도 그 행동을 이끌어 내는 마음은 세상의 불합리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열쇠일 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4~5년 전쯤에 한번 읽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내용이 기억에서 희미해져가 다시 한번 읽었다. 해로운 영령들을 장난감으로 퇴마하는 씩씩한 주인공과, 아무리 툴툴거려도 주인공을 곁에서 지켜주며 결국 몸과 마음까지 내어주는 조력자까지, 영락없이 흥미진진한 오락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증오와 악의가 넘치는 세상 속에서도 유쾌함과 사랑을 잃지않는 이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적이다.또 처음 읽을 때 크게 와닿지 않는 문장들이 다시 읽으면서 좀 더 마음속 깊이 맺히는 느낌이 좋았다. 과거에는 스스로의 불행에 너무 깊이 빠져있던 시기였기에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감각이 무뎌져 있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던 것 같지만 정말 마음 깊이 이해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자신이 없다. 여전히 부족한 점은 많지만 그럼에도 지..
책과 그림 둘다 무척 좋아해서 한때는 일러스트 작가를 꿈꾸었다. 그다지 적성이 없어서 포기했지만 그림에 관련된 이야기는 그럼에도 늘 좋아해 왔다. 그래서 반지수 작가님의 그림과 책에 관한 에피소드를 트위터에서 인상깊게 봤는데, 작가님 본인의 저서가 궁금해서 읽어보았다.그림을 그리는데 필요한 '스킬' 에 관한 책과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모티베이션' 이 되는 책, 이 두 가지에 대해 꽤 골고루 자세히 다뤄주는 점이 좋았다. 또, 이미 유명한 책도 주관이 뚜렷한 작가님의 시선을 거쳐 서술되니 신선하게 다가왔다. 책과 그림 사이의 관계를 살필수록 서로에게 어떤 작용을 해야 함께 잘 어우러질 수 있는지, 그러면서 동시에 어떻게 해야 고유의 영역을 지킬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되는 점이 인간관계처럼 복잡다단했다.책이..
콘솔게임 매니아인 애인이 게임 「데스 스트랜딩」을 짧게나마 내게 플레이 시켜준 것을 계기로 관심을 갖게된 게임 디자이너 코지마 히데오의 저서이다. 자신의 창작물에 있어 큰 영향을 주었던 책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의 작가주의적 창작론을 살펴볼 수 있다. 그가 말하듯 이야기의 본질은 유대이기 때문에 이야기는 고독한 사람들의 편이 되어준다. 그렇게 한때 고독했던 이들은 응원을 받아 또다른 이야기를 만들며 유대를 이어나간다. 이러한 흐름은 평소의 생각과 밀접했기 때문에 더욱 책의 내용에 몰입하게 했고, 항상 그렇듯이 나를 감동시켰다.또한 그의 방대한 감상 리스트에 무척 고무받았고, 아직 접하지 못한 수많은 작품을 더욱 열정적으로 씹어삼켜 내것으로 소화하고 싶다는 욕구도 더욱 강해졌다.그 속에서 전혀..
땡스북스에서 열린 이소영 작가님의 북토크에 참여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미술관의 요모조모에 대해 이토록 깊이있으면서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가는 점에 감탄했는데, 직접 만나뵌 작가님은 책의 그러한 매력과 꼭 닮아있었습니다.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책과 미술관에 대해 다 풀어놓지 못했던 애정어린 이야기를 해주셨고, 참가자분들과 함께 귀기울여 들을 수 있어서 무척 기뻤습니다. 저도 좋아하고 하고싶은 이야기를 풀어놓을 때, 이 책처럼 깊은 통찰력과 따뜻한 유머를 담뿍 담아 표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미술관을 방문할 때마다 이 책이 길을 열어주고, 그렇게 트인 미술관에서 얻은 영감과 감동으로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이능범죄’와 ‘교란’이 없어도 ‘희망을 모르는 세대’ 가 되어버린 현시대 한국 독자인 나에게 큰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었다. 재난이 만든 비극으로부터 눈돌리지 않고, 슬픔을 기억하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기적이 있다. 그 기적은 분명 소중한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으로부터 시작해 모두를 향해 나아간다.
또다른 북토크에 참여하기 위해 땡스북스를 다시 들렀습니다.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저이지만 만화같은 상상력을 사랑하는 저와는 반대로 현실에 실재하는 풍경과 시간의 흐름을 사랑하는 팀 도쿄다반사의 「스트리트 도쿄」 는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자극이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저자분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책 속에 녹아있던 이야기의 생동감은 대상을 면밀히 관찰하는 지극한 애정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질의응답 때 “좋아하는 음악을 찾는 방법“ 에 대해 답해주신 이야기는, 앞으로도 저만의 취향을 꾸준히 탐구하고 심화하는 데 있어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책방 땡스북스에서 열린 북토크를 다녀왔습니다. 임진아 작가님의 글과 그림을 무척 좋아해서 참여했는데, 작가님의 다정한 말과 뉘앙스 김동연 대표님의 유쾌한 진행이 어우러져 따뜻하고 활기넘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도 그 분위기에 덩달아 제가 경험했던 ‘듣기 좋은 말’ 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북토크 후 싸인회에서 "유진님의 말을 듣고 싶어요🤍 임진아" 라는 다정한 싸인을 받았습니다. 그림을 그리는걸 응원한다는 따뜻한 격려와 함께요. 좋아하는 작가님으로부터 저의 말을 듣고싶어 한다는 말과 앞으로 창작도 기대한다는 말을 듣는건, 의심할 나위없이 "듣고 싶은 말" 의 형태라고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