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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롯트 이로시주쿠 잉크 : 깊은바다(深海・신카이)와 저녁노을(夕焼け・유야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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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롯트 이로시주쿠 잉크 : 깊은바다(深海・신카이)와 저녁노을(夕焼け・유야케)

inkypen 2024. 11. 22. 19:10

만년필과 잉크를 좋아한다. 하지만 음반 수집이나 도서 구입 등 다른 취미에도 지출이 많아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것은 일부러 자제하곤 했다. 그렇지만 역시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관심을 완전히 억누를 수는 없어서 트위스비 에코 만년필과 함께 파이롯트 이로시주쿠 깊은바다(深海・신카이) 색상 50ml 본병을 같이 구매했다.
이전에도 라미 사파리나 파이롯트 카쿠노 만년필을 사서 쓴 적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잉크를 일일히 넣어야 한다는 것이 귀찮게 느껴져 모두 카트리지 교체식으로 사용했다. 그래서 트위스비 에코를 쓰면서 처음으로 잉크를 주입하는 컨버터 방식을 사용해 보았는데, 물론 손이 가는 작업이긴 했지만 펜을 찰랑거리는 잉크로 가득 채워 쓰는 손글씨는 무척 부드럽고 술술 써졌기에, 정말 흐름이 유려하고 색채가 아름다운 글씨를 쓸 수 있었다. 특히 깊은바다 색상은 이름 그대로 깊고 짙은, 조금은 아련하고 서정적인 검푸른 색이라 감격이었다.
나는 예전부터 글씨체가 예쁘지 않다는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좋은 도구와 함께하니 그 아쉬움이 조금은 덜해지는 느낌이 좋았다. 또 손으로 일기나 편지를 쓸 때, 생각과 감정을 더욱 정성껏 담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어 기뻤다. 이로시주쿠 잉크가 좋아 이후에는 저녁노을(夕焼け・유야케) 50ml 본병을 구매했고, 이 색상 역시 해가 저물어가며 하늘을 물들이는 노을같은 주홍색이라 무척 아름다웠다. 글씨 쓰기 뿐만 아니라 그림도 그려봤는데 결과물이 꽤 괜찮았다.
문구에 관심을 가진 덕분에, 만년필과 잉크로 책의 좋은 문장을 필사한 작품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되었고, 주변에서 문구를 좋아하는 분들로부터 잉크를 나눔받는 좋은 일도 생겼다. 물론 예쁘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과소비하지 않는 절제력은 있어야겠지만, 그래도 이 즐거운 마음을 조금은 더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