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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정원
저는 음악을 통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을 좋아합니다. 여기서 음악을 통한 체험이란 청각적인 체험은 물론이고, 음반의 모양새나 쥐는 감촉을 느끼는 시각적, 촉각적 경험 등을 포함해 여러가지 감각과 정서 등이 융합되어 느낄 수 있는 모든 경험을 총칭합니다. 이렇듯 음악은 본디 우리가 무언가를 겪고 느끼는 행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예술장르이지만 유독 그러한 점을 크게 느끼는 작품이 있는데, Cicada의 음악이야말로 체험이라는 양상을 잘 드러내는 예시라고 생각합니다.Cicada는 인디 음악 레이블 FLAU에 소속된 대만 출신의 아티스트 그룹입니다. Cicada라는 그룹명은 ‘매미’ 라는 뜻으로, 사람들이 매미를 겉모습이 아니라 그 소리를 통해 존재를 알게 되기 때문에 붙인 명의라고 합니다. 어쿠스틱한 ..
소중한 작품은 그 작품의 내용 뿐만 아니라, 작품의 물성까지 특별합니다. 소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에서 어떤 책은 적힌 내용 뿐만 아니라 책 자체에 특별한 인연이 깃든다고 말한 것처럼, 저는 음반에도 그러한 마법이 있다고 믿습니다. 원래부터 실물 음반을 선호하지만 특히 백예린님의 「선물」 앨범은 물성에 대한 애정을 더욱 강렬하게 느끼는데, 그 이유는 이 「선물」 이 제가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 받은 음반이기 때문입니다.「선물」 은 가수 백예린님이 한국 대중가요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불러 수록한 커버 앨범입니다. 개인적으로 백예린님의 정규 앨범도 좋아해 소장해서 듣고 있지만, 유독 이 「선물」 은 더욱 자주 꺼내고 거듭 마음에 새기고 싶어집니다. 담백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다시 새롭게 불린..
동인음악 레이블 Diverse System은 다양한 컨셉을 갖고 컴필레이션 음반을 프로듀스하고 있습니다. 특정 음악 장르, 고참 아티스트 리스펙트 등 주제는 다양하지만 특히 개성 있는 테마를 잡고 제작하는 시리즈가 여럿 있습니다. 그중 주목할 만한 하나가 fig.시리즈입니다.fig. 시리즈는 디자이너가 제시한 디자인과 부제만 가지고 참여 아티스트들이 수록곡을 제작하는 시리즈이며, 현재 총 다섯 개의 작품이 발매되어 있습니다. 그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네 번째인 「fig.4 -Adolescence-」입니다. 단순히 fig. 시리즈 뿐만 아니라 Diverse System에서 발매한 컴필레이션 중 단연코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말할 만큼 강한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부제를 보면 알 수 있다시피 이 음..
당신 앞에 목재 오르골이 놓여있습니다. 오르골을 손에 쥐어봅니다. 나뭇결의 방향이 피부로 느껴지고 콧가에는 그윽한 나무향이 풍깁니다. 태엽을 감아봅니다. 맑고 오밀조밀한 선율의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분명 고운 음색이지만 자세히 귀를 기울이다 보면 당신은 놀랄지도 모릅니다. 그 안에는 꽃봉오리가 시들어 땅에 떨어지는 소리와 죽은 사람의 백골이 바람에 흩날리는 소리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彼岸譚(피안담)」 은 BEMANI에서 입지를 단단히 굳힌 두 아티스트 m@sumi님과 mami님의 합작 명의로 발매된 음반입니다. 어느 합작 명의나 마찬가지지만, 작곡가과 보컬리스트의 듀오는 단순히 따로 활동할 때의 특징만 합친 것 그 이상의 시너지를 보여줄 때 진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mami & m@s..
예술 작품의 제목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이목을 끌기 위해 제목을 붙일 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작품의 전반에 흐르는 주제의식을 요약해서 표현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앨범 「Papillon」는 제목이 상징하는 바가 매우 큰 작품입니다.Papillon(나비)는 상징의 단어로서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저는 나비가 함축한 의미가 현상의 ‘원인’, ‘과정’, ‘결과’ 이렇게 크게 세가지 관념으로 나누어진다고 생각하며, 이는 「Papillon」이 담고 있는 음악을 해석하는 데도 적용됩니다. 전자음악은 세상을 바꾸는 원인이 되기도, 거쳐가는 과정이 되기도 하며 결국에는 도달하는 결과가 되기도 합니다.‘나비 효과’ 라는 용어는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커다란 폭풍이 되는 것처럼 겉보..
현대인은 주어진 일과를 하느라 많은 힘을 쏟고, 인간관계나 취미생활을 위해 시간을 투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누구나 피로감을 느낍니다. 이러한 피로가 심해지면 평소보다 예민해지거나 아니면 반대로 무뎌집니다. 태도와 감정의 불균형은 당사자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버거운 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휴식을 통해 몸과 마음의 균형을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Taishi님을 주축으로 하는 음악 레이블 Compllege에서 발매한 「In the Usual Motion」과 「In the Unusual Emotion」은 삶, 장소, 휴식이 인간의 행동, 감정과 서로 어떻게 연동되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앨범 시리즈입니다. 사람은 지치고 쉼이 필요할 때 늘 하던 행동을 선호합니..
여행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누구나 ‘떠나고 싶다!’ 라는 강렬한 욕구에 사로잡힐 때가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대체로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나 동시에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은 좋아하는, 성격은 게으르면서도 성질은 참신함을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저는 자주 일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바로 이웃나라이기에 닮은 점도 많지만 다른 점도 많은 일본은 저에게 신선하고 즐거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는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2020년 초부터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19 사태는 하늘길을 대부분 봉쇄해 버렸고, 가고 싶다는 욕구가 있어도 갈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을 겪었습니다.그런 현실에서 저에게 큰 위로가 된 앨범이 「Journey into Japan」이었습니다. 이 음반은 2020년 혜성같이 등장한 동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