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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정원
예술 작품의 제목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이목을 끌기 위해 제목을 붙일 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작품의 전반에 흐르는 주제의식을 요약해서 표현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앨범 「Papillon」는 제목이 상징하는 바가 매우 큰 작품입니다.Papillon(나비)는 상징의 단어로서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저는 나비가 함축한 의미가 현상의 ‘원인’, ‘과정’, ‘결과’ 이렇게 크게 세가지 관념으로 나누어진다고 생각하며, 이는 「Papillon」이 담고 있는 음악을 해석하는 데도 적용됩니다. 전자음악은 세상을 바꾸는 원인이 되기도, 거쳐가는 과정이 되기도 하며 결국에는 도달하는 결과가 되기도 합니다.‘나비 효과’ 라는 용어는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커다란 폭풍이 되는 것처럼 겉보..
현대인은 주어진 일과를 하느라 많은 힘을 쏟고, 인간관계나 취미생활을 위해 시간을 투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누구나 피로감을 느낍니다. 이러한 피로가 심해지면 평소보다 예민해지거나 아니면 반대로 무뎌집니다. 태도와 감정의 불균형은 당사자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버거운 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휴식을 통해 몸과 마음의 균형을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Taishi님을 주축으로 하는 음악 레이블 Compllege에서 발매한 「In the Usual Motion」과 「In the Unusual Emotion」은 삶, 장소, 휴식이 인간의 행동, 감정과 서로 어떻게 연동되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앨범 시리즈입니다. 사람은 지치고 쉼이 필요할 때 늘 하던 행동을 선호합니..
여행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누구나 ‘떠나고 싶다!’ 라는 강렬한 욕구에 사로잡힐 때가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대체로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나 동시에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은 좋아하는, 성격은 게으르면서도 성질은 참신함을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저는 자주 일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바로 이웃나라이기에 닮은 점도 많지만 다른 점도 많은 일본은 저에게 신선하고 즐거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는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2020년 초부터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19 사태는 하늘길을 대부분 봉쇄해 버렸고, 가고 싶다는 욕구가 있어도 갈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을 겪었습니다.그런 현실에서 저에게 큰 위로가 된 앨범이 「Journey into Japan」이었습니다. 이 음반은 2020년 혜성같이 등장한 동인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들어진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서 등장인물의 상황에 깊게 공감하거나 유사한 정서를 느끼는 사례는 아주 흔합니다.그런데 가끔은 ‘단지 만들어진 허구의 세상일 뿐인데, 우리는 뭔가 착각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픽션을 자주, 많이 즐겼던 사람일수록 픽션 세계가 가진 한계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때가 언젠가는 생깁니다. 그럴 때 우리는 때로는 회의감을 느끼며, 단순히 ‘허구적’ 이라는 이유로 의미를 찾기 어렵다고 느끼거나 심한 경우에는 무시하기도 합니다.하지만 ‘인간이 만든 픽션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렇게나 아름다운 세상도 있구나!” 하고 느끼는 지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는 통념적으로 생각하는 책이나 영화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저는 음악도 ..
사람이라면 누구나 유년시절에 ‘순수함’ 과 ‘환상’ 이라는 두 가지 성질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어린 사람 모두가 순진하거나 철없는 공상만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아직 어른이 되기 전 때묻지 않은 상상력 정도는 마음에 품고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 「Frost Era」는 그러한 어린시절을 지나왔을, 아티스트 본인을 포함한 모든 청자, 그리고 어쩌면 아직도 그들이 남몰래 품고 있을지도 모르는 순수한 환상에 대한 찬사를 담은 음반이라고 생각합니다.새삼스럽기 짝이 없지만, 저는 사실 음반에 있어 레코딩이 잘되어 있다던가, 믹싱이 잘 되어 있다던가, 고주파나 저주파가 잘 살려져 있다던가, 이런 부분은 정말 소위 말해 ‘1도 모르는 막귀’ 입니다. 그래서 솔직히 말해 이런 부분에 대해 ..
음악게임은 그 장르적 특수성 때문에 대중적으로 통용되는 음악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포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음악게임은 단순히 다양한 음악을 수용하고 알리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음악게임만의 고유한 음악 장르를 만들어내는 데까지 영역을 확장했습니다.그 음악 장르 중 가장 대표적으로 꼽을 만한 것이 바로 ‘아트코어(Artcore)’ 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아트코어 장르를 가장 선구적으로 개척해나간 아티스트가 바로 onoken님이고, 바로 그 onoken님이 직접 ‘아트코어 콜렉션’ 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낸 이 음반에 저는 어떠한 중요한 의미가 있으리라는 기대를 자연스럽게 걸 수 밖에 없었습니다.이 음반의 구성 트랙은 사실 간소할 정도로 적은 숫자인 5트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이 음..
예술에는 그 근간이 되는 역사가 있으며, 파생된 사조가 있습니다. 이는 음악도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가 뭉뚱그려서 J-POP(제이팝) 이라고 부르는 음악에도 오랜 역사가 존재하며 거기에는 여러 갈래의 다양한 사조가 존재합니다. 이 「Pastelphonic」시리즈는 제이팝 장르 중 ‘시부야케이(渋谷系/Shibuya-Kei)’라고 불리는 음악사조에 바치는 리스펙트 차원의 음반입니다.한국인 입장에서는 이 시부야케이라는 제이팝 장르가 낯설 수 있으나, 이 장르에 대해 리뷰에 구구절절 늘어놓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것은 위키피디아에도 잘 나와있으니 제가 설명하는 것보다 그쪽을 보는 편이 더 빠르고 이해하기도 쉬울 것입니다.그보다 제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이 시부야케이 음악을 리스펙트 하는 이 음반 시리즈의 기획 의..
서브컬처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어린시절 한 번쯤은 JRPG장르의 게임을 즐겨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추억속 게임의 세계를 마치 진짜 그 장소에 다녀온 것 처럼 여기고 그리워하곤 합니다. 그러한 세계로 우리에게 다시 한번 오라고 초대장을 보내는 것이 바로 이 「Quest.」음반입니다.JRPG 하면 무엇이 연상되시나요? 환상과 전설이 살아 숨쉬는 대륙, 그곳에 자리한 비밀이 가득한 왕국, 드넓고 푸른 거대한 초원, 마법과 요정의 생생한 숨결, 수상하지만 지혜로운 노인. 그리고 그러한 미지의 세계를 설렘과 모험심을 담아 누비는 주인공 용사의 모습이 떠오를 것입니다.이 음반은 그러한 JRPG의 감성을 정말 놀라울 정도로 고밀도로 응축해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일단 「Quest.」라는 제목부터 이미 당..
Snail’s House 라는 명의로 더 유명한 아티스트 Ujico*님의 솔로 앨범입니다. 저는 이 「[FLOWERS]」를 ‘힐링되는 앨범’ Best 3 안에 꼽는 편이고, 실제로도 굉장히 마음이 이완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리뷰에 앞서 아티스트의 명의부터 얘기하고 싶습니다. 같은 아티스트라고 할지라도 명의에 따라서 곡 스타일이 달라지는 경우가 꽤 자주 있는데, Ujico* 명의와 Snail’s House 명의에도 그러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Snail’s House 명의의 곡들은 굉장히 팡팡 튀는 톡 쏘는 분위기가 빈번하게 사용됩니다. 이것은 좋게 말하면 서브컬처 리스너 팬덤의 음악적 수요를 적극 반영하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소위 ‘오타쿠 감성’ 을 이용한다는 인상이 있습니다.반면 Uj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