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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정원
소설에 등장하는 ‘이능범죄’와 ‘교란’이 없어도 ‘희망을 모르는 세대’ 가 되어버린 현시대 한국 독자인 나에게 큰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었다. 재난이 만든 비극으로부터 눈돌리지 않고, 슬픔을 기억하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기적이 있다. 그 기적은 분명 소중한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으로부터 시작해 모두를 향해 나아간다.
또다른 북토크에 참여하기 위해 땡스북스를 다시 들렀습니다.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저이지만 만화같은 상상력을 사랑하는 저와는 반대로 현실에 실재하는 풍경과 시간의 흐름을 사랑하는 팀 도쿄다반사의 「스트리트 도쿄」 는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자극이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저자분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책 속에 녹아있던 이야기의 생동감은 대상을 면밀히 관찰하는 지극한 애정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질의응답 때 “좋아하는 음악을 찾는 방법“ 에 대해 답해주신 이야기는, 앞으로도 저만의 취향을 꾸준히 탐구하고 심화하는 데 있어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책방 땡스북스에서 열린 북토크를 다녀왔습니다. 임진아 작가님의 글과 그림을 무척 좋아해서 참여했는데, 작가님의 다정한 말과 뉘앙스 김동연 대표님의 유쾌한 진행이 어우러져 따뜻하고 활기넘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도 그 분위기에 덩달아 제가 경험했던 ‘듣기 좋은 말’ 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북토크 후 싸인회에서 "유진님의 말을 듣고 싶어요🤍 임진아" 라는 다정한 싸인을 받았습니다. 그림을 그리는걸 응원한다는 따뜻한 격려와 함께요. 좋아하는 작가님으로부터 저의 말을 듣고싶어 한다는 말과 앞으로 창작도 기대한다는 말을 듣는건, 의심할 나위없이 "듣고 싶은 말" 의 형태라고 믿고 있습니다.
작가가 SF 도서관 수준으로 방대한 지식과 막대한 애정을 쏟아부은 굉장한 단편집. 기상천외한 전개에도 빠져들며 설득되는 이유는, 어중간한 망상이 아니라 확고한 지식과 열정이 이야기의 세계를 단단히 지탱해주고 있기 때문이겠지. 현실은 타자의 고통을 너무나 쉽게 대상화하고, 공상은 쉽게 아픔에서 눈돌리게 하는 연약함을 지닌다. 그렇기에 우리는 한계 너머의 세계를 꿈꾸는 동시에 한계가 있는 세상 속에 존재하는 가치를 지키려는 강인함이 필요하다. 그 강인함이 소설이라는 표현 양식에 내재한다는 확신을 주는 단편들이 빼곡히 담겨있다. SF를 좋아한다면 무조건 권해주고 싶고, 아니더라도 잘 쓰인 소설로서 훌륭하니 추천해주고 싶다. 특히 맨 마지막 단편 ‘빛보다 빠르게, 느리게’ 는 꼭 애니메이션화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