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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정원
가을이라는 계절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고 있으면 풍요로움과 쓸쓸함이라는 상반되는 심상이 공존하는 것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어느 계절이든 간에 사로 대치되는 요소들을 갖고 있지만, 유독 가을은 마음까지 물들이는 것 같은 새파란 하늘과 시들어서 뚝뚝 떨어진 뒤 바스러지는 검붉은 낙엽이 함께한다는 점에서 상승과 하강이 동시에 느껴지는 시기라는 것을 실감한다.아직 한해가 끝나기에는 2달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지만, 저녁 6시만 되어도 깜깜해진 하늘에 서늘한 달만 고요히 빛나고 그 아래를 쌀쌀한 바람과 함께 걷다보면 1년이라는 시간의 끝자락에 당도했다는 감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시간의 끝에서는 누구든 간에 지나온 발자취를 되돌이켜 보게 되고, 대부분은 '이 긴 시간동안 나는 무엇을 한 것일까'..
책과 그림 둘다 무척 좋아해서 한때는 일러스트 작가를 꿈꾸었다. 그다지 적성이 없어서 포기했지만 그림에 관련된 이야기는 그럼에도 늘 좋아해 왔다. 그래서 반지수 작가님의 그림과 책에 관한 에피소드를 트위터에서 인상깊게 봤는데, 작가님 본인의 저서가 궁금해서 읽어보았다.그림을 그리는데 필요한 '스킬' 에 관한 책과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모티베이션' 이 되는 책, 이 두 가지에 대해 꽤 골고루 자세히 다뤄주는 점이 좋았다. 또, 이미 유명한 책도 주관이 뚜렷한 작가님의 시선을 거쳐 서술되니 신선하게 다가왔다. 책과 그림 사이의 관계를 살필수록 서로에게 어떤 작용을 해야 함께 잘 어우러질 수 있는지, 그러면서 동시에 어떻게 해야 고유의 영역을 지킬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되는 점이 인간관계처럼 복잡다단했다.책이..